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님께 기도를 하기 마련이고요, 기도를 하는 이들이라면 내 기도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시기를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말씀을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어떻게 응답하시는지에 대해서 묵상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가 싶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다니엘 9장 20-27절의 말씀은 앞선 9장의 말씀에 기록된 다니엘의 기도에 대한 천사 가브리엘의 응답, 정확하게는 가브리엘을 통한 하나님의 응답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시는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하나님의 응답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지 함께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다니엘의 기도에 가브리엘이 처음으로 주는 답은 22절입니다. “내게 가르치며 내게 말하여 이르되 다니엘아 내가 이제 네게 지혜와 총명을 주려고 왔느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주시는 응답은 우리에게 참된 지혜와 총명을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혜와 총명하면 어떤 지식을 많이 아는 것, 내게 주어진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것 등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특히 자녀들의 시험을 앞두고 지혜와 총명을 달라고 기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오늘 말씀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총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 지혜와 총명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말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23절 마지막 문장을 보시면 “너는 ... 깨달을지니라.”하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즉, 다니엘이 받은 지혜와 총명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시는 것을 깨닫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문제와 상황들을 두고 기도할 때, 그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주실 수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병고침과 같은 여러 기적들이 그런 부분들을 말해주고 있지요. 하지만 성경은 그런 응답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더 중요한 응답이 있다고 말씀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알고, 그 말씀을 깨달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성경을 읽고 그 뜻을 해석하는 능력이지요.

기독교 전통에는 성경을 읽을 때,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을 조명해주셔서 그 말씀을 깨닫게 하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고백이 말하는 것은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고, 그 말씀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것은 모두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혜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읽을 수 있게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십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이 기도회의 자리에서 말씀을 읽고 나눌 수 있는 것, 이 시간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가브리엘이 다니엘에게 주는 두 번째 답이 23절 이하의 말씀에 담겨 있습니다. 23절을 보시기 바랍니다. “곧 네가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명령이 내렸으므로 이제 네게 알리러 왔느니라 너는 크게 은총을 입은 자라 그런즉 너는 이 일을 생각하고 그 환상을 깨달을지니라.”

이 말씀을 시작으로 24-27절까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심판과 구원을 이루실지를 간략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과거에 있던 신탁을 풀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브리엘은 이 말씀이 다니엘이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선포된 따끈따끈한 명령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지금 다니엘이 듣는 말씀은 다니엘이 처한 상황, 다니엘이 살고 있는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 말씀을 통해 믿음을 가진 자들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주고 있지요.

여기서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시는지를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시대에 대한 응답을 주십니다. 그러나 그 응답은 단순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하나님께서는 무엇이 의롭고 거룩한 것인지, 무엇이 악하고 부정한 것인지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게 주어진 말씀을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총명을 깨달을 때,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참된 희망을 얻게 됩니다. 오늘 말씀의 표현처럼,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져도, 우리의 성읍과 성소가 무너져도, 홍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전쟁과 황폐함이 몰아닥쳐도-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자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그 모든 상황보다 하나님께서 더 크심을 분명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로 보자면, 이것은 우리가 성경을 읽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 과정을 통해서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성경을 읽고 있지만, 그저 책의 문자를 읽듯이, 옛날 이야기를 읽듯이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성경을 읽을 때마다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성경을 읽으면서 감동도 하고, 분노도 하고, 슬퍼도 하고, 기뻐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이 나에게 주시는 뜻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요, 내가 어떻게 그 뜻에 순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그렇게 말씀과 주고받는 가운데 기도가 깊어지면서 하나님의 뜻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다니엘에 응답하셨던 것과 같이 우리의 기도에도 응답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지혜와 총명을 주시고요, 그 말씀을 내 삶에 적용하고 참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처럼 가장 참된 것, 가장 귀한 것을 주시기에 우리는 바울의 고백처럼 “빈한 데에도 처할 수 있고 부한 데도 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고요, “내게 능력을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새로운 하루가 밝았습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하시는지를 기대하며 간절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기도하는 이에게 하나님께서 다니엘과 같이 응답하시고 힘을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 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는 성도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