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로마서 15장의 말씀은 사도 바울의 자기 고백과 로마 교회 성도들을 향한 자신의 계획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14-21절의 말씀은 바울이 스스로의 소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마음으로 사역을 감당해왔는지 고백하고 있는데요. 16절에서 바울은 하나님께서 나를 “이방인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예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의 제사장 직분”을 맡게 하셨다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바울은 유대인이 아니라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을 전도하기 위해 세워진 “이방인의 사도”이지요. 우리가 가볍게 지나치는 이 이름은 사실 바울에게는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닌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바울은 스스로 유대인 중에 유대인임을 자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리새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랍비인 가말리엘의 제자였고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일에 가장 앞장설 만큼 뼛속까지 유대교인 유대인들의 젊은 리더- 그가 바로 바울이었습니다. 그랬던 바울이 그리스도인들을 붙잡으러 다메섹으로 가던 중에 예수님의 빛과 음성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하나님을 위해서 충성했다고 자부해왔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하나님을 박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게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부정당한 충격으로 눈이 멀고 식음을 전폐하였다가 새롭게 얻은 소명이 바로 이방인의 사도라는 소명이었습니다. 바울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방인을 섬기겠다. 이방인에게 하나님을 전하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에게 이방인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바울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자리로 부르시고, 그를 통해 새로운 일을 행하셨습니다.

22-33절에서는 바울이 앞으로 갖고있는 사역 계획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바울이 궁극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서신으로만 주고 받았던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직접 만나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교제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계속해서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만나기를 고대했으나 예루살렘 교회를 돕는 일을 섬기느라 번번히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노라 이야기하지요.

그 과정을 나누는 가운데 우리가 몇 가지 새길 말씀이 있습니다. 먼저 27절의 말씀입니다. “저희가 기뻐서 하였거니와 또한 저희는 그들에게 빚진 자니 만일 이방인들이 그들의 영적인 것을 나눠 가졌으면 육적인 것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니라.” 바울이 사역하는 가운데 중요한 문제가 있었는데요, 예루살렘의 성도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그러한 소식을 듣고 온 교회가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연보를 요청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 연보가 잘 사는 이방인들의 교회가 불쌍한 교회를 동정해서 베푸는 도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방인들의 교회가 동정심이 아니라 당연히 예루살렘 교회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이방인들의 교회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예루살렘 교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방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듭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이 박해를 받는 와중에도 땅끝까지 복음을 전했던 영적인 자산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기억한다면, 이방인들의 교회가 물질로 예루살렘을 돕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 바울의 생각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이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한 몸으로 이어져 있고, 서로가 가진 것을 주고받으며 함께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 14절에서 지금 넉넉한 것으로 이웃 그리스도인들을 돕는다면, 우리가 곤고할 때 그들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쓸모없는 성도, 쓸모없는 교회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항상 존귀한 존재로, 소중한 동역자로 대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섬기고 도와야 할 것입니다.

29-33절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중보 기도를 요청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울이 “그리스도의 충만한 복”을 가지고 로마 교회 성도들을 만나러 가니, 나를 위해서 마음을 합하여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성도 간의 교제는 단순한 만남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함께 기도하며 인사를 나누고 말을 주고받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일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성도가 모여 예배드리고 교제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충만하게 부어주신 복을 서로에게 나누어주며 풍성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날마다 서로 만나는 이 자리는 우리에게 참으로 값지고 귀한 자리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날마다 모이는 예배와 교제를 항상 기대하고 사모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내가 받은 복을 나누어 주고, 옆에 있는 성도가 받은 복을 내가 나누어 받으며 함께 기뻐하기를 간구하십시오. 평강의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따라가며, 주님 주신 은혜를 충만히 누리고, 주님의 복을 더불어 나누며 살아가는 귀한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