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로마서 16장의 말씀은 로마서를 맺으면서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전하는 문안 인사를 담고 있습니다. 1절부터 15절에 걸쳐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이 문안 인사를 전할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인 뵈뵈부터 15절의 올름바까지 이름이 거론된 사람만 27명이고요, 그 외에 무리/권속/교회로 언급된 사람까지 더한다면 꽤나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바울은 로마서뿐만 아니라 다른 서신을 마칠 때도 이처럼 여러성도들의 문안 인사를 전합니다. 이처럼 바울이 성도 간의 문안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어제 나누었던 말씀처럼 예수님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요, 서로 만나 교제하고 문안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만날 때마다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하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그런 성도들이 모인 교회는 서로를 따스하게 보듬고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내일도 우리가 함께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친교하는 시간을 가질 텐데요. 서로 문안을 나누며 사랑을 주고 받고, 그 모습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16절의 말씀에서 한 가지 더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바울이라는 한 사람의 사도 곁에는 수많은 동역자들의 손길이 함께 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유럽으로 향함으로 유럽이 기독교화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바울은 수많은 도시에 복음을 전했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에게 바울은 별과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바울이라는 한 사람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감당하고 별처럼 빛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동행이 함께 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겐그레아 교회를 섬기며 바울과 성도들의 보호자가 되어 줬던 뵈뵈, 바울의 동역자로서 목숨을 걸고 바울과 함께 복음을 전했던 브리스가와 아굴라, 바울의 첫 열매인 에배네도,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위해 수고한 마리아, 바울보다 먼저 믿음을 가졌던 아드로니고와 유니아 등등... 바울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를 회상합니다.

즉, 바울에게 이 명단은 단순한 성도의 명단이 아닙니다. 이 명단은 바울이라는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삶에 무엇이 남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흔적과도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방인의 사도 바울이라는 호칭은 바울 한 사람이 아니라, 바울과 함께 한 모든 성도들을 아우르는 호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는 성도 한 사람은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내가 한 사람의 성도로 자라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나의 부모님, 교회에서 만난 선생님, 내 신앙의 선배, 내가 만났었던 전도사님과 목사님 등등 그 모든 사람들의 신앙 고백과 사랑의 섬김이 모여 나라는 한 사람을 빚어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매 순간 나에게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라는 가장 귀한 선물을 전해준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 모든 동역자들이 하나님 안에서 평안하기를, 그들의 믿음이 장성한 분량까지 자라나기를 기도하면 더욱 좋겠지요. 그런 기도야말로 우리가 그분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축복이요 문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나 또한 다른 누군가의 믿음과 삶을 빚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나 정도의 믿음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 과도하게 낮추어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불완전하고 연약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불완전하고 연약한 것은 이 말씀에 담겨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함께 성장해 나아갔던 것이지요. 우리도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본다면 말이지요. 우리가 교회로 모이는 것은 바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께로 나아가기 위함이라면, 우리도 서로의 믿음을 빚어내고 자라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봉원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서로의 믿음을 성숙하게 만들고 함께 열매 맺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7-20절의 말씀은 바울이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마지막으로 권면하는 당부의 말씀이 담겨있습니다. 17-18절의 말씀만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가 배운 교훈을 거슬러 분쟁을 일으키거나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그들에게서 떠나라. 이같은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들의 배만 섬기나니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 이 말씀에서 우리가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초대 교회에도 의견이 달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다툼이 있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사도행전 15장에 기록된 예루살렘 회의는 이방인 성도와 이방인 성도의 신앙습관이 다른 상황에서 생긴 문제를 다루었었죠. 의견이 다르고 논쟁한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의견을 주고받고 논쟁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대 교회 성도들이 논쟁을 벌였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가진 방향성은 어떻게 해야 우리가 하나의 교회로서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더 사랑하고 하나되기 위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죠. 그러나 지금 바울이 이야기하는 분쟁은 어떤 것입니까?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말로 사람들을 미혹해서 자기의 배를 채우려는 것입니다. 즉, 자기 편/자기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 딴지를 걸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죠. 이런 논쟁은 가면 갈수록 교회를 갈라지게 만듭니다. 바울은 그런 사람들은 철저하게 경계해야한다고 보았던 거에요. 그래서 고린도 교회에서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 바울은 그들을 철저하게 훈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다른 우리가 어떻게 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한 분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공동체가 될까? 이 마음이 우리 안에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초대교회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귀한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렇게 주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든 성도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