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함께 읽은 말라기 3장의 말씀은 어제 읽은 말라기 2장의 마지막 절에 담긴 질문에서부터 시작됩니다. 2장 17절을 보십시오. “너희가 말로 여호와를 괴롭게 하고도 이르기를 우리가 어떻게 여호와를 괴롭혀 드렸나이까 하는도다 이는 너희가 말하기를 모든 악을 행하는 자는 여호와의 눈에 좋게 보이며 그에게 기쁨이 된다 하며 또 말하기를 정의의 하나님이 어디 계시냐 함이니라.” 유다 백성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참으로 괴롭혔는데요. 그 중에서도 하나님의 의로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유다백성들이 여러 일들을 겪어오면서 악인이 더 잘 살고, 의인이 고통을 받는 일들을 계속 보다보니, 정의의 하나님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죠.

우리도 살다보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정말 악한 사람들은 온갖 방식을 이용해서라도 더 잘 살고 평안한 반면에, 정직하고 선한 사람들은 이용당하고 고통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지요. 그러다보면 정말 하나님께서 악을 심판하시고 의로운 사람들을 지켜주시는 분이 맞나? 물음표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냐? 그런 회의감에 너무 젖어있다 보니 하나님을 경배하고 따르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3장 14-15절을 보시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는 너희가 말하기를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헛되니 만군의 여호와 앞에서 그 명령을 지키며 슬프게 행하는 것이 무엇이 유익하리요. 지금 우리는 교만한 자가 복되다 하며 악을 행하는 자가 번성하며 하나님을 시험하는 자가 화를 면한다 하노라 함이라”

이런 회의감에 쩌들었으니 유다 백성들이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 수 있었을까요? 그럴 리가 만무했지요. 그렇게 성도의 삶이 무너지고 있었는데요, 그런 모습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무엇이냐? 말씀에 따르면 바로 ‘십일조’였습니다. 본래 십일조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수확물의 맏물을 드린다는 의미가 있고요, 다른 한 편으로는 소득 활동이 없는 제사장들과 레위인, 혹은 경제활동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라기 시절의 유다백성들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요. 그러니 하나님께서 세우신 제도 자체를 믿지 못하는 겁니다. 한 편으로는 내 소유가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 맞아? 하는 의심이고요. 다른 한 편으로는 이것이 정말 그렇게 정의롭게 쓰이는 것이 맞아? 하는 의심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마음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유다백성들이 형식적으로 올리는 모든 제물이나 제사들은 하나님 앞에 가증한 것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형식만 남아있고, 진실에는 눈을 감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훈계를 하셔도 유다백성들은 우리가 언제 그랬냐며 되묻고 따질 따름입니다. 이 정서가 말라기의 전체적인 논쟁 구조를 형성하고 있지요.

말라기를 묵상하면서 오늘날 우리도 유다백성들과 비슷한 우를 범할 때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배를 드리고, 헌금도 하고, 섬김도 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형식적인, 관습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것 말이지요. 우리의 신앙생활이 형식적인 것이 되어버리다보니, 신앙생활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교회 안의 나와 교회 밖의 내가 나뉘어지게 되지요. 교회 안에서는 교회의 문법을 따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작 하나님을 증언해야 할 세상 가운데에서는 하나님, 교회의 문법이 아니라 세상의 문법을 따라 살아가는 겁니다. 우리는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을 믿는다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이 증언하는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나 영향을 미치는 하나님이 되는 것이죠.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주실까요? 말씀은 두 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는데요, 오늘은 그 중 첫 번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말라기 3장 10-12절입니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메뚜기를 금하여 너희 토지 소산을 먹어 없애지 못하게 하며 너희 밭의 포도나무 열매가 기한 전에 떨어지지 않게 하리니, 너희 땅이 아름다워지므로 모든 이방인들이 너희를 복되다 하리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이 말씀은 한국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헌금’ 생활에 대한 본문으로 많이 사용되곤 했습니다. 십일조를 내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이라는 통념이 생기는 데에도 일조를 했지요. 그런 역사가 있고, 또 최근에는 헌금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마다 다양해지다보니 이런 본문을 다루는 경우가 많이 드물어졌다 싶습니다. 그러나, 이 본문은 그보다 좀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말씀은 지금 예배의 본질, 우리 예물의 본질에 대해서 묻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온전한 예배인가를 돌아보라 말씀하십니다. 정말 하나님을 신뢰하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인가? 아니면 습관적으로 형식적으로 드리는 예배인가 돌이켜보라는 것입니다. 한 주 동안 하나님의 뜻을 따라 열심히 살다가, 한 주를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나아오는 예배, 그런 헌금, 그런 섬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것을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 말씀합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채워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데 필요한 양식, 그 양식은 하나님께서 반드시 채워주신다 약속하시는 것이죠.

우리의 예배에는 우리의 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예배는 역사의 처음과 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행위이고요, 그 약속을 굳게 신뢰하며 나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행위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들에게 내일은 불분명한 가능성이 아니라 분명한 희망의 영역이 됩니다. 예배자란 바로 그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희망이 여러분의 하루에 충만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의 온 삶으로 거룩한 예배를 드림으로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봉원교회 모든 성도들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